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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개요 |
본 연구는 조선 후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양사를 '시간적 주권(temporal sovereignty)'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 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해양사 서술이 주로 영토 통제와 국가 정책 등 공간 중심의 주권 개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본 연구는 시간의 감각과 통치, 제도, 일상적 실천이 교차하는 역사적 현장으로서 해양을 바라본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적 주권'이란 단순히 정치 권력이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집단이나 공동체가 자신만의 시간 질서를 구성하고 유지해온 권리와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어촌 공동체의 생활 주기, 항해와 무역의 리듬, 해양교육과 법제도의 운용 등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 속에 구현되어 왔다. 조선 후기에는 음력과 절기에 따라 운영되던 어업과 제의, 수군의 훈련 등에서 고유한 시간 체계가 형성되었지만, 개항기 이후 서구 제국주의가 도입한 표준시, 항만 규율, 식민 어업정책 등 외래의 시간 구조가 점차 이를 잠식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냉전 체제, 산업화 계획, 해양수산 행정체계의 구축 등은 국가 중심의 시간 통치력을 더욱 강화하며, 바다 위의 자율적인 시간 실천은 점차 제약을 받게 되었다.
본 연구는 해양을 더 이상 단순한 자원 공간이나 국경 방위의 장으로만 보지 않고, 다양한 시간 질서가 충돌하고 협상되는 정치적 실천의 무대로 재위치시킨다. 이를 통해 한국 해양사의 서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해양 정책과 교육, 문화 콘텐츠, 시민 인식의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이자 실천적인 토대를 제시하고자 한다. |